어제는 차분하게 보내고 싶어 합조단 발표만 듣고 뉴스매체 접속을 하지 않고 있다가 오후 늦게
뉴스 하나를 보게 되었는데 어제 발표 내용 중 한 가지 의문이 들어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뉴스에 오른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어뢰 부품 위에 영롱하게 쓰인 파란색 ‘1번’.
참 기묘하지 않습니까? 시의적절하고, 시사에 민감한 어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감탄의 시간은 잠시, 또다시 그 ‘전문’ 근성이 발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인가 봅니다.
배를 만들어 보지 않았더라면, 선체(철구조물)에 대한 실무가 없었더라면, 도장(페인트)에 대한 지식이 없었더라면,
부식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없었더라면, 이런 고난의 길을 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지요.
위에서 보시다시피, ‘녹슨 어뢰’ 위에 선명하게 파란색 매직으로 ‘1번’이 적혀 있습니다. 물론 어뢰는 물속에 오래
(40여 일?) 있었기에 녹이 슬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모순이 발견됩니다.
(일단, 페인팅 된 Steel이 한 달여 만에 저렇게 골고루 부식될 수 있는지 여부는 오늘 글에서 논외로 하겠습니다.
철구조물 산화에 따른 미세 ‘Pin Hole’ 현상에 대해서도 오늘은 다루지 않겠습니다. 마찬가지로 배를 반토막 내는
폭발력에 저토록 온전하게 '푸른색 1번'이 기록된 부품만큼은 온전한지 여부도 논외로 하겠습니다)
첫째, 한국군이든 북한군이든 아프리카 콩고군이든, 없는 살림에 장비는 깨끗하게 유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군에 가면 흔히 보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 구호가 말해주듯, 군의 중요 장비, 무기 등이 그냥 녹슬도록 방치하는
군대는 상상하기 어렵겠지요. 특히 어뢰처럼 발사체에서 나가야 하는 경우는 더욱 그럴 겁니다.
둘째, 처음 적의 잠수정이 발사했을 당시에는 어뢰가 깨끗한 상태라고 보아야 합니다. 어뢰 표면에 어떤 도료로
코팅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비교적 깔끔(매끈)했을 것이라 본다면, 그 상태에서 매직으로 ‘1번’(반드시 파란색)을
썼겠지요. 즉, 매직으로 기록할 당시 표면은 매끈한 상태란 뜻입니다.
셋째, 그렇다면 매직의 글씨에 끊어짐이나 단락, 요철이 없어야 합니다. 즉 매직 글씨 역시 매끈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철판에 부식이 생기면 녹이 나는 것은 당연하고, 그 녹은 매직 글씨를 뚫고 올라와야 합니다. 매직 글씨 자체가
또 하나의 페인팅 역할을 하여 그 부분은 다른 부위에 비해 녹이 덜 슬 것이라는 논리까지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녹이 난다면 매직을 뚫고 발생해야 합니다.
넷째,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녹이 슬었거나, 요철이 발생하여 우툴두툴한 면 위에 매직 글씨가 쓰여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확인하려면 사진을 포토샵으로 픽셀 수를 높여가면서 보면 녹이 매직을 뚫고 나왔는지,
녹 위에 매직이 쓰여졌는지 구분하는 것이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다섯째, 확대한 화면에서 매직의 파란색 도색에 끊어짐을 주는 선이든 원이든 그것은 녹(rust)이어야 합니다. 녹이 아닌 다른
도색이라면 그것은 이미 매끈함을 잃어버린 철 구조물 위에 매직을 썼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의미일까요. 깨끗한 어뢰에 ‘1번’이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고, 녹이 슨 다음에 ‘1번’을 썼다는
뜻인데, 이렇게 되면 문제가 여간 심각해 지는 것이 아닙니다. 발표 내용의 근간이 모두 무너져 내리는 것이니까요.


위에 흰 원은 예를 들어 몇 군데를 표시한 것입니다. 하부 요철 위로 매직이 지나가면서 생기는 색상의 변화입니다.
녹은 아니지만, 표면이 매끄럽지 않은 상태, 즉 깔끔한 상태의 어뢰표면이 아닌, 이미 낡은(오래된) 철판 위에 매직으로
기록한 것을 뜻합니다.
신상철 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