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새로 산 책들이 거의 다 축축하게 젖어 있다.
난감하다.

새 책이 젖어 있는 것은 실로 당황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이 그 중 가장 많이 푹 하고 젖었다...
각이 잡힌 표지가 어느새 덜렁거리는 낡은 고물책으로 변해있는 것이다.
마치 다 읽어버린 책처럼....


별 거지같은 것들이 술을 먹다가 맥주를 내 가방에 부었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한번도 스스로 세상을 보지 못한 책들은 그렇게 뒤주속에서
이미 슬프도록 만취한 상태로 책상에 기어져 나왔다.


햇빛이 좋게 들던날...
책을 뒹굴거리면서 말리다 보니... 전날 처먹은 술의 안주가 되었던 오징어 모양으로
책이 돌돌거리며 말라져 간다. 간 밤엔 술을 처먹더니, 이젠 스스로가 안주가 되어가는
처량한 저 활자들의 본색이 가히 고주망태의 근본같아 한참을 웃었다.


새 책인데... 헌 책같다....


그 중에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이 가장 많이 취하고 뒤틀렸다.



장정일이가 이 사실을 알리가 만무하겠지만....
그래도 널 봐서 내가 기꺼이 이 책을 읽어주마... 뒤틀린 너의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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