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의선사 녹차에 대해 일전에 얘기를 한번 꺼낸 적이 있었다.
요즘 마시는 녹차가 그 계통이라하여 아는 지인을 통해 얻어다가 마시는데...
그 품격이 상당히 탁월하고 우수하다. 사실 1~2년을 마셨다고 차의 근본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닌지라...
하물며 석간수를 우려내며 육우의 [다경]과 노동의 [칠완다]를 논할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지인에게 늘 '걸명소' 정도는 귀찮게 청할 수준은 이르렀다 스스로 위로하곤 한다.
지금 마시는 녹차는 지리산 자락 어디선가 자그만 암자에서 길러지는 녹차인데...
(녹차 밭도 작아서 주문도 한정되어 있다)
다만, 소재지 행불인데다 산인의 정체도 모르고 녹차 잎의 출처조차 알 수 없지만...
그 맛은 초의선사의 단아함을 꼭 빼어 닮았다고 들은 바 있다.
뭐 내가 '다성 초의선사'가 만든 그 녹차를 당연히 맛본 적이 없기에...들은 풍월로 그런가 하는데...
보성에서 올라오는 햇차와 감히 비교해 보면 그 맛의 탁월함에 솔직히 스스로 그렇게 믿게 된다...
북한산 석간수를 달여 햇차를 풀어놓고 다기에 우러르면...
초의선사가 홀연히 초록의 열기로 날아올라 당신의 다시 [동다송]을 나즈막히 읊조린다.

" 예로부터 현성은 모두 차를 사랑하였나니
차는 군자와 같아서 그 성품에 사특함이 없다 "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분명 내가 현자는 아니되... 차를 마시는 인간으로서 다도계에 근원적으로
입적할 필요까진 없겠지만... 그 마음가짐만은 익히 배울만 하다고 늘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차가 왔다. 초의선사의 녹차로 반발효하여 만든 오룡차, 청차다.
본시 녹차가 빈 속의 위를 깎고 몸이 찬 사람에게 별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탓에...
많은 사람들이 장복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이러한 문제가 전혀 없이 상복이 가능하고 본차의 향을 지극히 살리면서도
보이차의 풍미까지 완벽하게 이끌어내는 문제의 차가 등장한 것이다.

물어보니.. 백호오룡차의 기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본시 오룡차는 대만산이 유명한데..이 백호오룡차는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기법이다.
영국 여왕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백호오룡차를 마시며
"향기가 동방의 미인을 닮았다" 해서 동방미인으로 더 잘 알려진 차다.
몇 번을 우려내도 금색의 찬란한 빛깔에 첫 향은 은은하고 뒷 향은 깔끔한 전형적인
반 발효차의 맛이며, 더 극적으로 표현하면 알가수(閼伽水)의 본디 참모습을 보고있는 듯 하다.

오룡차는 반발효차이기 때문에 물의 온도는 90도 이상에서 우려야 제 맛이 난다.
첫물은 버리고 두물부터 마시라는데... 당췌 난 첫물이 젤로 맛있으니 초보긴 초본가보다..
암튼... 정약용 선생이 자신의 호를 다산이라 칭한 이유를 이제사 알겠으며...
초의선사가 보내준 녹차를 마시고 추사가 답한 저 문장도 <완당평전>에선 몰랐는데
이제사 약간 그 삘이 진득하니 느껴진다.

추사는 늘 초의선사에게 차를 구하는 편지를 썼다.
한번은 초의선사가 차를 제때에 보내지 않자, 추사가 서간을 일지암으로 보낸다.
"편지를 보냈는데 한 번도 답은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산중엔 반드시 바쁜 일은 없을 줄로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나 같은 세속 사람과는 어울리고 싶지 않아서 나처럼 간절한 처지도 외면하는 겁니까.
나는 스님을 보고 싶지도 않고 또한 스님의 편지도 보고 싶지 않으나 다만 차와의 인연만은 차마 끊어버리지 못하고
쉽사리 부수어 버리지도 못하여 또 차를 재촉하니 편지도 필요 없고 다만 두 해의 쌓인 빚을 한꺼번에 챙겨 보내되
다시는 지체하거나 빗나감이 없도록 하는 게 좋을거요."
이 정도면 사실 거의 협박조다...이 서간을 받은 초의선사는 차를 보낸다. 그러자 화색이 만연해진 추사는 차 값으로
아직도 추사 예서체의 진수로 꼽히고 있는 위의 [茗禪]이란 글자와 함께 노여움 가신 립서비스 글을 적어 보낸다.
"초의가 직접 만든 차를 보내왔는데, 중국의 유명한 몽정차나 노아보다 덜하지 않다.
이 글씨를 써서 보답하는 바, 백석신군비의 필의로 쓴다. 병거사의 예서로 씀"
(草衣寄來自製茗, 不減蒙頂露芽. 書此爲報, 用白石神君碑意. 病居士隸)."
좋은 글과 사진 잘 읽고 갑니다.
저는 이런 귀한 차는 마실기회가 없지만
국화차라도 마셔야겠습니다.
다모토리님의 글과 사진을 보면 솔직히 힘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