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3:45
마치 귓볼을 만지작 거리듯 바람이 살랑거리며 조금 씩 불어오고...
창문을 여니 집 앞 푸릇한 나뭇 잎새가 옅은 그림자를 만들며 흔들린다.
사바 라디오 채널을 93.1 Mhz로 맞추고 on 버튼을 누른다.
때 마침 영국민요 Green Sleeves가 잔잔하게 흘러 나오고...
아침 일찍 [크리스피 크림]에서 사 온 갓 로스팅 한 원두를 천천히 드립하니
마치 검붉은 향이 장미가 피어나듯 좁은 방 안을 온통 가득하게 메운다.
도망 갈 필요도 없는 죄 없는 독방 앞 간수처럼... 작은 방이지만 무한한 자유가
느껴지는 그런 오후....
책상 위에 읽다 만 보리스 미하엘로프의 사진집을 괜히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한다.
이런 오후... 얼마만에 느껴보는 사색의 자유인가...
빅터 프랭클의 독방에서 갓 나온 어린 유대인 아이처럼 해 맑게 웃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부자연스러워... 난 침잔의 거울을 부수었다.
데자뷰처럼... 온통 기억의 집중으로 이 찰나를 기억하려 해도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이러한 얕은 감상들이... 비늘처럼 나를 덮어 저 큰 바다를 헤엄치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커피가 식는다.
또 해가 지는구나... 안타까운 오후...
너무 사랑스러워 차마 울뻔했다.
젠장...